(조세금융신문=송기현 기자) 대법원이 '영화관이 시청각장애인들에게 화면해설과 자막, 수신기기 등을 제공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상 금지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놨다. 소송이 제기된 지 10년 만에 나온 결론이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9월 3일 시각·청각장애인 A 씨 등 4명이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를 상대로 낸 차별구제 청구소송 상고심(2022다203507)에서 원심의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사실관계를 보면 시각장애인과 청각·언어장애인인 원고들은 2016년 피고들이 영화를 상영하면서 화면 해설과 자막, 수신기기와 서버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금지하는 차별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피고들이 화면 해설, 자막과 이를 재생할 장비를 제공하는 것이 과도한 부담이거나 현저히 곤란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1심은 피고들이 상영 방식을 구분하지 않고 화면 해설, 자막, FM 보청기기와 영화 관련 정보를 모두 제공하라고 했다.
항소심은 역시 장애인들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차별행위라는 1심 판단을 유지했지만 이들을 위한 편의제공 범위는 축소했다. 지난 2021년 11월, 배리어프리 영화 상영 의무를 300석 이상 상영관에서 총 상영 횟수의 3%로 제한했다. 그 이상은 피고들에게 과도한 부담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상고 접수 약 5년, 1심 소송 제기 약 10년 만에 "피고들이 원고들에게 화면해설·자막, 그 수신기기 등을 제공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상 금지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날 대법원은 "원심이 상영 횟수와 상영관의 범위 기준을 중첩적으로 적용한 것은 피고들의 재정적 부담만을 과도하게 고려한 것으로 수긍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원심은 비장애인에게 과도한 혼란을 초래하지 않으면서도, 장애인에 대한 문화적 차별 철폐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기준은 무엇인지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해 사업자들의 재정적 부담을 줄일 수단은 없는지를 살폈어야 했으나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애인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려면 사회·국가적 차원에서 적극적 조치가 요구된다"며 "헌법이 개인과 기업의 재산권·경제상 자유 등을 보장하더라도 일정한 범위에서 이런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선고는 사상 처음으로 원고들을 위해 '이해하기 쉬운(Easy-Read) 판결서를 일반 판결문과 함께 제공했으며, 청각장애인 및 청각·언어장애인인 원고들을 위한 수어통역도 지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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